
그들은 비 내리는 저녁, 미아의 어린 시절이 깃든 집으로 향했습니다. 비 냄새와 라일락 향이 어우러진 오래된 현관을 지나 다락방으로 올라가자, 이불틀 뒤에 감춰진 향나무 상자가 있었습니다. 열쇠를 꽂아 돌리자 부드러운 ‘딸깍’ 소리와 함께 뚜껑이 열렸고, 그 안에는 파란 실로 묶인 편지 묶음이 고요히 잠들어 있었습니다.
편지에는 누구도 몰랐던 이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. 미아가 태어났을 때, 그녀는 위독한 신생아였고 수혈이 필요했습니다. 그때 한 간호사가 익명으로 헌혈을 하고, 카드에 짧은 기도를 적어 두었다고 했죠. 편지 사이에서 사진 한 장이 흘러나왔습니다. 그리고 두 사람은 숨을 멈췄습니다. 사진 속 간호사는 에반의 어머니였던 겁니다. 젊고 밝게 웃으며, 품에 안은 갓난 미아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. 두 사람의 인연은 이미 그날, 수십 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. 할머니는 그 사실을 알고, 열쇠로 그 사랑을 세상에 남겨두었던 거였죠.
